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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신문] 나는 꿈꾼다! 의료기관 평가가 사라지길... (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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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25 11:17:25

 

 

김문숙 

한국의료질향상학회 이사

서울대학교병원 내과간호과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의료분야는 그 어느 영역보다도 훨씬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인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과학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한다. 사회나 문화, 정책 변화에도 매우 민감해 통합적이고 융합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의료기관은 의료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숙명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도서관에서 곁눈질로 슬쩍 봤던 의학교과서의 지존인 해리슨 내과 책은 그 당시 1,600여 페이지에 달했다. 최근 발간된 19판을 들여다보면 무려 4,800여 페이지로 몸집이 상당히 불어나 있다(최신 영문판은 20판). 신입 간호사 오리엔테이션 책자도 꼭 알아야 할 내용으로만 구성됐지만 200여 페이지를 훌쩍 넘어간다. 또한 1900년에 최초로 발간된 질병분류코드에는 170여 개의 진단명이 있었지만 현재 사용하는 제10판(ICD-10) 코드는 12,000여 개가 사용되고 있다. 이제는 현존하는 모든 의학 지식을 모두 알거나 배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 됐다.

 

현대 의학이 발전하면서 전문화나 고도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한 분야의 대가일지라도 본인 전문분야가 아니면 최신 지견을 습득하기는 녹록치 않은 게 현실이다. 이처럼 의학은 모든 분야의 최신 지견을 한 개인이 학습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화하면서 대상 범위도 점점 확장되고 다양해지고 있다. 의료인 개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다학제, 다직종간 효율적인 협업을 통한 의료의 품질 관리가 급부상하는 이유다.

 

의료의 고품질은 개인 혹은 기관에서 단기간에 집중적인 노력으로 달성되지는 않는다. 의료인의 무한한 관심과 투철한 의지도 필요하지만 의료 질과 환자안전을 담보하려는 강력한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 전 직원이 조직 내 문제점들을 스스럼없이 말하는 긍정적인 조직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구성원들 스스로 이상 징후를 찾아 의료의 품질을 위협하는 요인을 미리 제거하는 등 지속적이고 안전한 시스템으로 도약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덧붙여 관련 의료정책이 기관들과 발맞춰 제도적인 안전망을 구축하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의료인도 언제든지 환자나 보호자가 될 수 있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의학의 발전과 더불어 의료 질 향상과 환자안전을 위한 자발적인 개선활동, 그리고 제도적인 의료정책이 함께 협조해 나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행복할 것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각종 감사나 외부 평가가 아이러니하게도 의료기관들을 시험대에 오르게 한다. 의료기관이 의료 질과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자발적이고 효율적인 노력을 지속하면 국민들은 의료기관을 무한히 신뢰해 외부 평가가 점점 더 무의미해지는 시기가 올 것이다.

 

김수영 시인은 말한다. ‘모든 사람이 단독적인 삶을 살아내서 시인이 더 이상 무의미한 세상이 오길 바란다’고. 나도 감히 꿈꾼다. 의료기관 모든 구성원이 스스로 의료의 질 향상을 끊임없이 도모해 더 이상 외부 평가가 무의미한 때가 도래하길. 아니, 사라지는 세상이 오길.

 

 

의학신문  medicalnews@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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